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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2

월세는 누구를 따르나 파면 소식을 들은 그 순간,정치 관심 1도 없던 정세입(33)은소주 뚜껑을 따며 이렇게 말했다.“대통령이 내려오든 말든,나는 이번 달 월세가 더 급하다.”그날 밤, 전자현판 앞에 등장한 정세입.주머니엔 영수증, 손엔 박스 와인,눈빛은 마치…계약만료일을 5일 앞둔 사람의 광기였다.그는 외쳤다.“이 나라에 묻는다!내 월세는 누구를 따르는가!국민인가! 정부인가! 부동산 사장님인가!”주변 시민들이 술렁였다.누군가는 박수를 쳤고,누군가는 ‘진짜임’이라고 속삭였다.전자현판이 대답했다.“당신의 월세는 ‘시세’를 따릅니다.”정세입은 소리를 질렀다.“그럼 시세는 누구를 따르는데?!”잠시 후, 전자현판에 나온 글:“시세는 매물 부족을 따르고,매물 부족은 건물주 눈치를 따르며,건물주 눈치는 금리와 전세사기를 따릅니다.”정세.. 2025. 4. 4.
제2화 – 소리를 내는 사람들 광화문 전자현판이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열고 난 뒤,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현판 앞은 **“속마음 방송국”**처럼 변했다.익명으로, 실명으로, 조용히 마이크를 켠 이들이차례차례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기 시작했다.“나는 사실, 그때 촛불 들지 못했다.퇴근이 늦었고, 솔직히 겁도 났다.근데 오늘... 그래도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서 왔다.”“대통령은 파면됐지만,우리 엄마 월세는 그대로고,나는 아직 백수다.그 얘기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3입니다.정치보다 입시가 무섭지만,그래도 오늘은 공부보다 여기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전자현판은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목소리를 틀어주었다.사람들은 가만히 들었고,어떤 이는 낯선 사람의 말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리고 밤 11시 59분,하루의 마지막 방송.현판의 마이.. 2025.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