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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소리를 내는 사람들

by 쥐처럼 2025. 4. 4.

광화문 전자현판이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열고 난 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현판 앞은 **“속마음 방송국”**처럼 변했다.
익명으로, 실명으로, 조용히 마이크를 켠 이들이
차례차례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그때 촛불 들지 못했다.
퇴근이 늦었고, 솔직히 겁도 났다.
근데 오늘... 그래도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서 왔다.”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우리 엄마 월세는 그대로고,
나는 아직 백수다.
그 얘기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고3입니다.
정치보다 입시가 무섭지만,
그래도 오늘은 공부보다 여기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전자현판은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목소리를 틀어주었다.
사람들은 가만히 들었고,
어떤 이는 낯선 사람의 말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밤 11시 59분,
하루의 마지막 방송.
현판의 마이크에 들어온 마지막 목소리는
한 할머니였다.

“이제야 진짜 나라 같다.
근데 다음엔, 부디
현판이 말 안 해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 말과 함께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한 줄의 글이 남았다.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들어줄 사람만 남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