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대통령이 떠나고
전국민이 잠시 들썩였던 다음 날,
정부는 대국민 브리핑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모든 것이 정상화될 것입니다.
경제도, 민심도, 국정도—”
기자가 손을 든다.
“그래서...
이제 국민의 경제는 좀 풀립니까?”
순간 브리핑장이 멈칫한다.
관계자는 입꼬리를 살짝 내리며 대답한다.
“경제란... 매우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국제적 상황과… 세계 유가, 금리, 기후 변화 등…”
기자는 다시 묻는다.
“그럼 '햇반 가격은 좀 내립니까?'
관계자는 침묵한다.
같은 시각, 광화문 전자현판 앞.
한 시민이 마이크를 켠다.
“나 지금 월급날인데,
마트 앞에서 고기 코너만 지나쳤어.
파면됐대서 고기값이 내려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와봤어요.”
전자현판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화면에 이런 자막이 떴다.
“정치는 교체되었습니다.
경제는… 아직 대기 중입니다.”
그날 밤, 또 다른 시민이 마이크를 켠다.
“대통령도 바뀌었고, 구호도 바뀌었고,
근데 왜 내 잔고는 그대로냐…”
잠시 후, 현판이 드물게 대답한다.
“그건… 접속자가 너무 많아서
아직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멈춘다.
버퍼링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국민경제.
바로잡히기 전엔
항상 로딩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