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청와대가 아닌, 강남역 지하 커피 매장
시간: 평일 오전 10시
주인공: 김하늘(22세), 카페 알바생,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근로계약서 없이 일함. 특기는 속으로 욕하면서 웃기.
하늘은 오늘도 어김없이 커피를 내리며 중얼거린다.
“이 나라는 왜 이렇게 망했지…”
그때, 유니폼 입은 남자가 다가온다.
수트도 아니고 군복도 아니다.
QR코드 달린 조끼를 입은 ‘대통령 권한위임 요원’.
“김하늘 씨 맞으시죠?”
“네, 왜요…”
“오늘부터 7일간, 대통령 대행자로 임명되셨습니다.”
“…에?”
“이건 국민순환 시스템입니다.
국민 5,200만 명 중 랜덤으로 대행자를 선정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대통령이라고요?”
“맞습니다. 시급 9,860원이며, 간식은 제공됩니다.”
하늘은 망설이다가 물었다.
“그럼 저… 연차 써야 하나요?”
요원은 고개를 젓는다.
“이미 사장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예? 그 애가 대통령이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알바 공고 다시 올려야겠네.’”
첫 번째 업무: 비상경제 회의 소집
하늘은 회의실에 앉아 있다.
주변엔 전직 고위 공무원, 재벌 총수, 국방부 장관,
그리고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
“대통령님, 부가세 조정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늘은 잠시 눈을 감고 말한다.
“…버블티에 부가세 붙이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국무총리가 속으로 감탄한다.
“대단하다. 이 친구, 진짜 서민이다…”
두 번째 업무: 해외 정상과의 통화
하늘: “하이, 예스 아이 엠 대통령 포 어 위크.
유 노우, 코리안 알바 이즈 베리 헬.
렛츠 체인지 더 월드 투게더?”
상대국 정상: “오, 진정한 노동자 리더십!”
세 번째 업무: 기자회견
기자: “임시 대통령으로서 국정 철학은?”
하늘:
“일단 제 월급부터 올리고요.
그다음 치킨 값 좀 내리자고요.
진짜 국민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일주일 후, 그는 다시 카페로 복귀한다.
점장이 말한다.
“그 사이 매출 줄었어. 대통령 한 번 하더니 손이 느려졌네.”
하늘은 말했다.
“대통령도 나처럼 손이 느렸으면 좋겠네요.
생각은 많고, 일은 많고, 월급은 적은.”
그는 다시 머그잔을 닦으며 혼잣말을 한다.
“다음엔… 편의점 알바가 총리 했으면 좋겠다.
걔는 동전 계산 진짜 잘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