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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은 원래 라면에만 들어있어야 했다

by 쥐처럼 2025. 4. 4.

정세입, 이번엔 전세로 갔다.
그는 이사할 때 '보증금 안심보험'도 들었고,
계약서에 도장도 꽉꽉 눌러 찍었다.

하지만 이사 후 한 달,
집주인에게서 날아온 톡 한 줄.

“세입자님 죄송한데요… 경매 들어가요 ^^;”

정세입은 웃었다.
웃고 또 웃었다.
웃다 말고 라면을 꺼내 끓였다.

그런데
라면을 꺼내려던 찬장에서
진짜 깡통이 굴러떨어졌다.

“아놔… 너라도 안 깨지길 바란다…”

그는 그걸 들고 광화문 현판 앞으로 향했다.
깡통을 전자현판 앞에 조심스레 올려두고 말했다.

“국가님,
이건 원래 라면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왜 내 인생에도 들어오죠?”

전자현판은 버퍼링 후
느릿하게 응답했다.

“깡통 전세는 국가가 만든 게 아닙니다.
시장이 만든 기적입니다.”

정세입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 기적,
혹시 되돌릴 수는 없습니까?”

현판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마침내 이런 문장을 띄웠다.

“죄송합니다.
이 기적은 환불 및 취소가 불가합니다.”

그날 밤,
정세입은 찬장에 다시 깡통을 넣었다.
그러곤 포스트잇 하나 붙였다.

“사용 용도 외 사용금지”

그리고 라면은,
깔끔하게 한 그릇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