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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꽃

by 쥐처럼 2025. 3. 20.

 

어느 봄날, 꽃밭에 활짝 핀 꽃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중 가장 인기 많은 장미가 거울을 보며 외쳤다.

“오늘도 내가 제일 예쁘지?”

튤립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제랑 똑같아. 새로울 게 없어.”

그때 바람이 신나게 달려왔다.

“얘들아! 내가 오늘 헤어스타일 멋지게 해줄까?”

꽃들은 동시에 외쳤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하지만 바람은 이미 가속 중이었다.
휘이이이잉—
꽃들이 좌우로 흔들리고,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자, 해바라기가 소리쳤다.

“형님, 바람이 미용사 한다더니 진짜 미친 거 아냐?”

장미는 꽃잎이 반쯤 벗겨진 채 울먹였다.

“이건 무슨 스타일이야… 반삭이잖아!!”

튤립은 땅바닥을 굴렀다.

“난 스타일링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근데 왜 화분째 굴러간 거야!!”

바람은 뻔뻔하게 외쳤다.

“이게 바로 요즘 유행하는 내추럴 빈티지 스타일이야!
트렌드는 돌고 도는 법!”

그때 나무 한 그루가 말했다.

“얘들아, 그만해라… 나 어제 대머리 됐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튤립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봄이니까 웃자!”

바람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한 번 더 스타일링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

그리고 다음 장면, 바람은 꽃들에게 밧줄로 묶여서 스프링클러 옆에 세워졌다.
그 밑에 팻말이 있었다.

『물만 줘! 바람 금지!』